인천의 하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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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국
  • 승인 2008.06.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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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은머리갈매기의 수난




2005년 5월 초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1공구. 김대환, 정재흠 등 인천 조류를 관찰해 온 2명의 고교교사는 ‘도시철도 1호선 송도신도시 연장사업 5공구 토목공사’ 현장 안쪽으로 자동차를 조심스럽게 몰면서 속삭였다. “흰물떼새들이 알을 낳고 품고 있어요, 둥지 없이 맨 바닥에 낳은 알의 색깔이 모래와 비슷해 자칫하면 밟고 지나갈 수 있죠.” 바다 밑바닥 흙과 모래를 준설해 매립한 송도국제도시 1공구는 흰물떼새들이 번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해홍나물과 칠면초 등 염생식물과 적당히 자란 갈래, 여기에 어른 손톱 크기 알의 색깔과 똑같은 모래가 깔려 있었다.

10분여 천천히 차를 몰던 교사가 차를 세운 순간, 풀 섶에서 검은머리갈매기들이 하늘로 숫구쳤다. ‘삐~익, 삐~익’ 짖어대며 차 위를 빙빙 돌다 부리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침입자들에 대한 경고였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적으로 5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검은머리갈매기를 적색자료(red data book)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올 해는 지난 해 보다 숫자가 상당히 늘어 났는데요!”
1공구에 200여 마리가 둥지에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은 도리어 늘어난 개체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2년 전만해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서 산란하던 검은머리갈매기가 각종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이곳으로 날아 온 것으로 보입니다.” 빈터였던 송도 매립지에 아파트 등 건물이 들어차면서 검은머리갈매기들이 비교적 공사가 뜸한 1공구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곳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도 그리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3개의 알을 낳는 검은머리갈매기의 한 둥지에서 껍질에 금이 간 알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스트레스로 부하가 뷸가능한 알을 어미 검은머리갈매기가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사후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보호를 위해 세웠다던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라는 푯말은 찾을 길이 없었다.



망원경으로 유수지 건너 해안도로 쪽 둔치를 바라보던 한 교사는 급히 차 안에 있던 필드스코프를 꺼냈다. 필드스코프에 들어 온 것은 검은머리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알을 품던 검은머리물떼새 네 마리는 근처에서 골프채를 휘드르거나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유수지 돌망 쪽으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겨울철새인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중국이나 몽골로 가지 않고 여기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면 철새인 이들이 이곳 환경에 적응해 텃새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체 번식지가 없는 형편에서 1공구에 국제회의장 등 건물이 들어 설 경우다. 갈데없는 이들 희귀조류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날아드는 희귀조류들은 어디로 가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송도국제도시 안에서 번식하거나 서식하는 희귀 조류의 대체서식지에 관한 검토 없이 건설공사를 진행했었다.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 환경영향조사용역(3단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송도매립지 1~4공구에서 7종의 법적 보호 새가 발견됐다. 검은머리갈매기와 노랑부리 백로,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이다. 또 괭이갈매기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34종의 새가 관찰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5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와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흰물떼새등은 송도 1공구에서 번식하고 있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3년 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 북측 유수지인근에서 번식을 했으나 개발 붐을 타고 있는 그 곳을 떠나 송도국제도시로 번식지를 옮겼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도 개발이 가속화 하면서 이들 희귀 조류의 번식지와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 업무단지인 1공구와 컨벤션센터, 천대학교, 웰 카운티 아파트 터인 2, 3, 4공구는 이미 공사에 들어갔고 2006년에 착공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따라 4공구 안에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법적 보호종의 대체서식지 제공을 위해 5만7천760평 규모의 야생조류 공원 조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생조류 공원의 면적이 작다는 지적에 따라 3, 4, 5공구 남측 150㏊(1㏊=3천 평)와 6공구 26㏊ 등 모두 176㏊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계획 중인 대체서식지는 짜깁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들은 대체서식지 터를 신항만 건설예정지(3, 4, 5공구 남측) 인근에 잡고 부족한 면적은 2009년 완공할 6공구 안 일부에 이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3, 4, 5공구의 대체서식지는 앞으로 들어설 신항만과의 완충녹지이고, 6공구가 대체서식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적어도 6~7년 이상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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